근로자의 질병과 업무는 연장선상에 놓여 있어

근로자의 질병과 업무는 연장선상에 놓여 있어

– 대구근로자건강센터 이미영 센터장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안전보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는 물론 관련 기관들 모두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최근 산업안전보건 정책은 중앙 및 지역의 연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지역밀착성에 역점을 두고 추진되고 있다. 이 중 산업보건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친화 사업이 바로 근로자건강센터다.

정부에서는 근로자건강센터를 통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 직업병 상담 등 다양한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근로자건강센터가 경기서부, 인천, 광주에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대구에도 문을 열었다.

제조업 중심으로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해 있는 대구지역에 이 센터가 들어서면서 지역 안전인들은 ‘산재감소’라는 실질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대구근로자건강센터 이미영 센터장을 만나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지난달 24일 대구근로자건강센터가 개소했습니다. 센터에 대한 소개와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구근로자건강센터를 말씀드리려면 먼저 제가 몸담고 있는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구 산업의학과)에 대한 얘기를 할 수밖에 없겠네요. 동산병원에서는 1993년부터 대구지역 사업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안전보건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특히 저희는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돼 있는 제3공단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초점을 맞춰 의료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렇게 20여년동안 근로자들의 안전과 보건을 위해 활동을 하면서 분명히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어떻게 하면 여기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산업보건수준을 높일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 의식 수준이 좀처럼 향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정 센터를 거점으로 산업보건활동을 전개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때 때마침 안전보건공단에서 ‘근로자건강센터 설치·운영기관 공모’를 낸 것을 보게 됐고, 결국 센터 운영을 위탁받게 된 것입니다. 이같은 배경에서 대구근로자건강센터가 개소한 것이지요.

저희 센터에서는 앞으로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여러분들께 직업병 및 직업관련성 질환의 예방과 조기 발견 등 다양한 산업보건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또한 센터를 중심으로 유관기관들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지역의 산업보건문제를 공론화하는데도 적극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근로자에게는 건강도우미, 사업장에는 주치의 역할을 톡톡히 해나갈 것이라고 약속드립니다.

Q. 현재 센터를 통해 어떤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계신지 소개부탁드립니다.

대구근로자건강센터에는 직업환경의학전문의를 포함해 산업간호사, 산업위생관리기사, 상담심리사, 물리치료사, 생활체육지도사, 영양사 등 총 9명의 전문인력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근로자 여러분께 다양한 기초 직업건강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이를 조금 자세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센터에서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의 건강상담을 통해 근로자 개인별로 최적화된 건강관리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직업병이나 일반질환 상담, 업무적합성 평가 등의 건강상담부터 근무환경상담이나 직무스트레스 등의 심리상담까지 이뤄집니다. 또한 센터에서는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예방을 위한 작업자세교정과 근력강화요법 등의 교육도 진행됩니다.

아울러 단순히 근로자 입장에서만 진료가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뇌·심혈관 질환예방을 위한 고혈압·당뇨병의 추적관리, 운동, 금연, 식이·영양요법 등 생활보건에 초점을 맞춘 의료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의 업종 구분 없이 대구지역의 근로자라면 이와 같은 서비스를 모두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Q. 향후 센터 운영 계획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저희는 이동상담소 운영을 통해 더 많은 근로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계획입니다. 이동상담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이는 센터를 찾기 힘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저희가 먼저 찾아가는 것입니다. 사업주가 직원들을 위해 건강상담이나 스트레칭과 같은 직업병 예방교육을 원하면 회사를 방문해 상담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동상담을 활성화시키는 가운데에서도 활동영역을 더욱 넓혀나갈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현대도금협업단지와 제3공단에 분소를 개소할 예정이며, 직업병의 예방뿐 아니라 조기 치료를 위해 센터를 중심으로 주위 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도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상과 같은 활동이 활성화된다면 대구지역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의 산업보건수준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 수준을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 수준이 낮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자의 선임의무가 면제돼 있으면서 안전보건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것 같습니다. 대기업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작업환경 측정, 특수건강진단 등이 사업주의 의무사항으로 규정돼 있지만 정부의 지도와 감독이 미흡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소규모 사업장은 업무상 사고와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위 질문과 관련해서 대구지역 사업장의 특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구지역은 전통적으로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1980~1990년대까지 ‘대구는 섬유산업 단지’라는 인식이 널리 통용됐을 정도니까요. 이는 다시 말하면 산업재해에 취약한 제조업 중심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현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섬유산업은 물론이고 자동차, 기계전자 부품 등 제조업 사업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울러 완제품보다는 주로 중간재를 생산하는 소규모 사업장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구지역은 산재발생 가능성이 높고, 체계적인 산업보건관리가 이행되기 어려운 구조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근로자 건강을 위한 대구권의 의료인프라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대구지역은 산업보건관리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의 전망을 굉장히 밝게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대구에 각종 의료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는 지난 2009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메디시티’를 공식선포 했습니다. 이후 통합의료센터가 구축되고, IT를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 산업이 발달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바이오의료분야에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구에는 근로자 건강을 위해 각종 업무를 수행하는 산업보건기관도 다수 위치해 있습니다. 즉 근로자 건강을 확보하기 위한 밑바탕은 구축돼 있는 것이지요.

이제 이러한 의료인프라를 얼마나 잘 활용해나가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대구근로자건강센터가 이를 선도해나가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지역의 의료인프라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센터 구성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Q. 산재근로자들의 빠른 직장 복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의료적 시스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산업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근로자의 질병과 업무는 연장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임상적으로는 경미한 질환이라고 해도 더 이상의 진행을 막기 위해 업무를 제한할 수도 있고, 질병이 진행된 경우라도 업무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근골격계질환, 후자는 고혈압·당뇨병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판단을 할 때 객관성과 의학적 전문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근로자가 보다 빠르게 업무에 복귀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근골격계질환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근골격계질환을 앓고 있는 근로자에게는 단계별 예방관리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인간공학적 작업환경 개선, 치료와 업무복귀, 건강증진·재활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직장복귀를 돕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정부, 사업주, 근로자들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전국의 안전관계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임상실습을 하는 학생들에게 항상 두 가지를 강조합니다. 하나는 ‘의사는 환자의 직업을 알아야 한다’이고 다른 하나는 ‘직업병은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말에는 ‘의사는 환자가 어떤 작업을 주로 하는지 주의깊게 살펴보고, 이를 통해 직업병의 발병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유사한 원인으로 직업병이 발병하지 않도록 끊임없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근로자를 치료하는 업무도 중요하지만 직업병으로 고통받게 되는 근로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재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고가 난 후에 뒷수습을 하는 것보다는 안전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선으로 여겨야 합니다. 이런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들이 모이고 모여 점점 커진다면 전국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미영 대구근로자건강센터장 약력
  • 1990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1996 계명대학교 대학원 졸업 (의학석사)
  • 2000 계명대학교 대학원 졸업 (의학박사)
  • 1991. 10 ~1993. 2 대한산업보건협회 대구지부 관리의사
  • 1994. 3 ~ 1997. 2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전공의
  • 1997. 3 ~ 현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 2008. 9 ~ 현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과장

기사원문보기: http://www.anjunj.com/news/articleView.html?idxno=5232

2012년 05월 16일 (수)     정태영 기자 anjty@safet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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